다시스토리





1986년 11월 방영하기 시작한 일요아침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은 일요일 오전에 온가족이 모여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재미나게 봤던 드라마였지만, 기억 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은 캐릭터는 임현식 선생이 연기한 “순돌아빠”였다.

못 고치는 게 없는 만능 맥가이버 전파사 사장님을 연기한 임현식은 당대 소시민들의 페르소나(Persona)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에서 “순돌아빠”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전자제품 메이커들은 서비스센터 운영에 소극적이였고, 아직까지 대형 전자제품들은 값비싼 가재(家財)였기에 전파사들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획득한 전자회사들이 국내 서비스센터를 늘릴 수 있었고, 전자제품 가격의 하락과 소비 여력의 증가로 애지중지하던 가전제품들은 소모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 보니 전파사들이 설 곳을 잃게 되었고, “순돌아빠”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게 됐다.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한다. 그 빠른 변화 속에서 산업구조 역시 숨가쁘게 변화하며, 그렇게 사양길에 접어드는 산업들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던 태백과 묵호항은 지금 거의 유령도시처럼 되었다.

1990년대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폐광이 진행되면서, 지역 경제를 유지하던 기반은 완전히 붕괴되었고 지역산업은 피폐화되었다.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 석탄이 점차 국내시장마저도 잠식당하면서 겪게 된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럴 때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군사용어에서 시작된 이 표현은 주력부대의 전력을 지키면서 불리한 전장에서 철수할 때 쓰는 전략을 일컬었다.

이것이 점차 비즈니스 영역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하더니, 사회 전체에서 즐겨 쓰는 용어가 되었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일컬을 때는 이 출구전략이란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게 출구전략을 모색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기업의 세 가지 예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후지필름(Fuji flim)을 살펴보고자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의 일상을 남기는 최적의 방식은 필름카메라였다.

동네 문방구나 편의점에서조차 필름판매와 현상/인화 접수가 이뤄졌을 정도로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디지털카메라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휴대전화의 카메라 성능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순식간에 필름은 사양산업이 되고 말았다.
 
필름시장에서 가장 큰 회사는 코닥(Eastman Kodak)이었다. 심지어 1975년 디지털 카메라의 원천기술을 개발한 곳도 코닥이었다.

하지만 필름 시장의 수익성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의 시장성을 무시했고, 2000년대 일본의 니콘, 캐논, 소니의 무서운 공세에 필름시장마저도 붕괴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코닥은 2012년 파산보호신청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2위 후지필름은 달랐다. 재빠르게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정밀화학산업에 속했던 필름산업이었기에, 화장품과 제약 등으로 주력산업을 전환했다.

필름사업은 축소시키고, 디지털카메라나 소재산업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그대로 살려서 변화를 시도했고, ‘잘 했던 것’은 팔릴 만큼만 규모를 축소시켰던 것이다.


 두 번째로 살펴볼 기업은 넷플릭스(Netflix)이다.

 1997년 창업한 넷플릭스가 처음 시작한 사업은 비디오대여업이었다. 쉽게 말해 “비디오가게”였던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속도로 사라진 바로 그 사업 말이다.

우리가 흔히 비디오라 불렀던 VHS 방식의 자기테이프로 유통되던 영상물들이 디지털 영상 압축 기술의 발달로 DVD를 지나, 파일 그 자체만으로 온라인에서 유통되게 되면서 비디오가게들은 사라지게 됐다. 

 그런 기술 변화에 발맞춰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2007년부터 사업을 개시했다.

당시에는 DVD의 불법 복제물 유통도 심했고, P2P(peer to peer)서비스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도 비일비재했을 뿐만 아니라, 웹하드라 불리는 불법의 온상이 마치 정상적인 영업인 것처럼 성행하던 상황이었다. 모두들 스트리밍 서비스가 되겠냐며 코웃음을 치던 시기였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를 위한 활동은 급속도로 강화됐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장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 순응해 갔다. 그리하여 OTT(Over The Top)서비스의 최강자로 넷플릭스는 우뚝 설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사 콘텐츠를 위해 오리지널 시리즈를 자체 제작하기도 하고 온라인 개봉만을 전제로 한 영화까지 제작하면서, 버블경제시대 소니가 그랬던 것과 같은 영향력을 엔터테인먼트계에 끼치고 있다.


 세 번째로 살펴볼 기업은 필립스(Philips)이다.

 1891년 창업한 필립스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반도체까지 생산하는 종합 전자회사였다.

소니가 한창 잘 나갈 때는 소니와 경쟁하면서 치이고, 그 뒤를 이어 삼성이 잘 나갈 때는 삼성에 치였다.

그래서 필립스는 변화를 모색했다. 2006년에는 반도체 사업부를 팔아치웠고, 2014년에는 의료기기, 조명기구, 생활가전에 특화된 전자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경쟁에서 밀리는 사업은 과감한 출구전략을 통해 정리하고,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매진해 경쟁력 1위의 기업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다.
 

 손자병법에는 “勝兵先勝而求戰 敗兵先戰而求勝(승병선승이구전 패병선전이구승)”이란 말이 있다.

승리하는 병사는 먼저 이길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우고, 지는 병사는 먼저 싸우고 나서 승리를 구한다“는 뜻이다.

이미 시작된 싸움이니 어떻게든 이겨 보겠다고 아등바등할 게 아니라, 싸움에 이길 수 있는 조건부터 고민해 보고 나서 싸움에 임하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아직 늦지 않았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했다면, 그 상황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고 이길 조건을 만들어서 다시 도전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2004년에 발표된 전인권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 가사를 소개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그런 의미가 있죠/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다시 불러올 수 없는 지난 시절의 영광은 “후회 없는 꿈”으로 추억하기로 하고, 앞에 놓인 현실에 걸맞는 대책을 세워서 오늘도 “다시” 대차게 맞서 보자.







 

2020-09-16

[국민 서포터즈 다시인] 다시 도전하는 '순돌아빠'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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